아파봐야 현실로 느끼는 캐나다 무료 의료
Oct ~ Dec 2021
Canada / British Columbia / Vancouver
아파봐야 현실로 오는 캐나다 의료
모든 나라의 의료체계는 같지 않은 만큼 각각 장단점이 있다
내가 있는 캐나다는 병원비는 무료이다
병원비만 무료일 뿐 약값은 매우 비싼 곳이지만
그래도 병원비가 무료인 강점인 매우 큰 곳이라 캐나다에 사는 사람들은 캐나다의 무료의료에 대해 칭찬이 자자한데...
단점은 매우 느리다는 거? 그리고 치과도 안된다
캐나다에 오게 되면서 무료의 함정을 알고 있긴 했지만 평소 건강관리를 해왔고
아직은 젊은 편이라 병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우선 캐나다는 기본적으로 병원을 바로 가는 게 아니라
패밀리 닥터라고 해서 등록된 의사와 먼저 상담 -> 리퍼럴을 해주면 그 종이를 가지고 스페셜닥터(전문의)를 만나게 된다
한국처럼 바로 병원 가서 의사를 만날 일 자체가 없다 (응급실 제외)
하지만 패밀리 닥터를 가진 캐나다인은 매우 적고 (패밀리 닥터 있는 비율이 40% 정도라고 함)
보통은 워크인(Walk-in) 가능한 곳을 찾아서 진료를 가볍게 보고 리퍼럴을 받아서 스페셜 닥터를 만나게 되는 편이다
한국에서 처럼 감기가 심하다고 병원 어디를 가야 하나 하는 건 정말 한국에서나 가능한 거고
아무리 극심한 감기도 병원 문턱은커녕 워크인 클리닉에서 입구컷이다 그냥 약 먹으라고 끝이다
가끔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 감기 너무 심하니 병원 좀 추천해 달라고 한다...
추천이란 건 고를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게 추천이고 선택이지 캐나다에선 감기로 병원 가는일 자체가 정말 드물어
감기로는 병원 안/못 간다고 하니 엄청 황당해 하던...
1. 허리가 아팠었다
유독 비가 많이 오던 2021년의 가을과 겨울
10월의 마지막 주 허리를 다쳤다
운동을 원래 격하게 하는 편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 하는 건 아니라서 가볍게 몸을 풀 겸 뛰고 오고 (15분 ㅎ) 집에서 홈트레이닝으로 가벼운 트레이닝을 한 게 전부인데
다음날부터 허리가 쎄~ 하게 아팠다
그리고 2일째 되는 날은 아침에 아파서 눈을 뜰만큼 격한 통증을 느끼며 시작
그렇다고 아예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라 겨우겨우 움직이며 하루 일정을 소화하고 바로 워크인(일주일 기다림)을 향하여
의사를 만나고 싶으니 리퍼럴을 해달라 했다
겨우 겨우 걷는 나에게 걸을만하니 디스크 터진 건 아닌 거 같고 바르는 소염제 바르고 당분간 누워 있으라고 한다
- _ ㅡ???????????????????????????????
허리 아파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 엄청난 불편함과 고통... 디스크가 터진 게 아닌 거 같다고 누워있으라니...!!!!!!
(코비드라 어지간한 사람은 병원 문턱 넘기 힘든 때)
그래서 일전에 검색해 둔 한인 한의원으로 향했다
선생님이 이리저리 테스트해 보시더니 디스크 터진 건 아닌 거 같고
운동으로 인해 근육이 심하게 놀란 상태니 당분간 침 맞으러 오시라고 하시고선 침 + 물리치료를 해주셨다
... 여기까진 평범한 한국에서 허리 뼜을 때 한의원 가는 수순과 같지만
전혀 다른 게 역시 금액이다
캐나다에서 한의원은 사보험으로도 기본으로 적용되는 게 아니다
보험마다 적용유무/커버 스케일이 다르다, 이직이나 연봉 협상 시 보험에 대해서도 협의할 수 있다
* 한의원은 MSP 적용이 안되지만 특정 조건인 분들에 한해서 적용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기본으론 안된다
다행히 지금 적용되는 보험은 한의원도 적용되어 할인을 받았다
원래 한의원 금액 110 CAD에 보험 적용 90% 로 치료받고 10 달러 정도만 결제하였다
오...
하지만 이것도 금액 제한이 있어서 몇번만에 끝났다 -_ㅜ
치료는 계속 받아야 해서 100달러 이상을 매번 꾸준히 결제하였다
그래도 치료는 빠르게 되지 않아
10월~11월 중 2주 정도는 침대에서 혼자 일어나지도 못하며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로 누워만 있어야 했기에
룸메는 집에서 재택근무 하면서 내 병시중과 장보기, 식사 준비부터 집안일까지 모든 걸 혼자서 도맡아야 했고
이때의 나는 혼자서는 머리도 못 감는 상태였기 때문에 내 머리를 감겨주기까지 했다 ㅠ_ ㅠ... (진짜 굴욕...;;;;;;)
치료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어도 상태가 영 호전되지 않아
고통이 길어지니 진짜 MRI 찍어봐야 할거 같다고... ㅠ_ㅠ
따로 리퍼럴을 받아 MRI를 찍으려 했더니... 7개월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_ -...
하하하하하하하 포기했다 그전에 나을 거라 생각하며...
글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캐나다의 의료가 무료인 만큼 느린 게 문제인데
엑스레이 찍으려면 최소 10일~2주는 기다려야 하며 CT는 보통 2개월, MRI는 5개월~6개월 정도이고
그 사이 지인이 매우 심각한 두통으로 병원을 갔더니 뇌와 관련된 위급 사항이라면서 매우 짧게 2개월 만에 촬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한국처럼 빠르게 촬영할 수 있는 건 한국이라서 가능한 거다
* 이러한 영상 촬영을 빠르게 해주는 유료 서비스도 있다 보험 커버 되는것도 있고, 한마디로 돈 내면 빨리 할 수 있다
아무튼
다시 한의사분을 만나 허리에 좋은 스트레칭과 생활 수칙들 (검색해서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직접 들으니 또 다름)을 듣고
집에서 핫팩과 스트레칭으로 관리하며 거의 2달에 걸쳐서 완치가 되었다.
하...
위에 글은 정말 건조하게 과정만 쓴 거고...
다시 돈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현재 이직한 회사에서는 사보험을 100% 회사 부담으로 상당히 좋은 보험을 들어주셨고
그 혜택으로 이번에 치료를 받는데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사보험이 한국과 조금 다른 것은 마시지 와 안경도 포함된다는 거?
하지만 말이 보험이 있어서 좋은 거지 이렇게 크게 아파보니 느껴지는 게 몇 개 있었다
만약 보험이 없었다면?
만약 혼자 살았다면?
치료기간 오래 걸리면, 재택근무가 아닌 직접 움직여야 하는 일의 경우 일을 못하게 될 경우 생계는?????
모든 사람이 모두 보험 적용을 받으며 일을 하는 게 아니고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북미에서는 월세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저축률이 매우 낮은 편이고 그 와중에도 아등바등 모으며 사는데....
만약 생계를 잊지 못할 만큼 아프면 어쩔... 아찔했다
거기에 만약 정말 돈이 없어서 한의원(평균 한 번에 100불 정도)이라도 못 가는 정도라면
몇 개월씩 기다려야 하는 치료과정을 진통제로 버텨가며 고통을 그대로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심각한 큰일이 정말 나서 어마어마하게 아파 응급실을 가면
우선순위로 빠르게 치료가 되겠지만
디스크가 터진 것도 아니고 걷는 것과 일생생활이 힘들 정도의 고통 정도로는 우선순위가 아니기 때문에 하...
룸메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감사하는 시간이었고
심하게 아파보니 캐나다의 의료가 정말 처절하게 현실로 다가와서 슬프기도 했다
캐나다에선 절대 절대 아프면 안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열심히 밤이나 낮이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밖에서 뛰고
열심히 운동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이해가 되는 시간이었다.
2. 치과를 다녀왔다
처음에 언급했듯이 캐나다의 기본 의료는 무료인데 치과는 무료가 아니다
현재 보험은 치과까지 적용되는 보험 (보험마다 적용되는 항목과 금액이 각각 달라서 사용 전확인해봐야 한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몇 년 동안 치과를 한 번도 다녀오질 않았었는데 이번에 다녀와봤다
스케일링받으러 -_ -
스케일링은 중요하니까 받으러 간 건데...
- 치과는 패밀리닥터/워크인의 리퍼럴 필요 없이 예약해서 그냥 가면 된다
기본 스케일링받기 전 엑스레이(전체+부분)로 치아 상태의 기본을 확인하고
스케일링받는 것만 해도 362 달러...
상세 내역을 보니 스케일링 자체만 하면 백 달러 정도이고 엑스레이를 포함한 이런저런 처치가 추가로 붙으니 삼백불이 된 거고
이후 스케일링과 간단한 처치를 추가로 더 받았는데 다 합치니 그게 천 달러 넘었다 -_ -..................
처음에 금액 듣고 진짜 깜놀...;; 잘못들은 줄? 네??? 얼마요???
치과샘이 보험 되는 항목이라고 하셔서 그대로 진행했지 아니었음 치과에서 스케일링만 받고 뛰쳐나왔을;;
나는 한국에서 치아교정도 했고 사랑니도 뺐고 금니와 충치치료까지 한국에서 다 했던 사람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다른 처치가 필요했는데 이 정도로 비쌀 줄은 상상도 못 했다 ㄷㄷㄷ
물론 이곳에선 사랑니 빼는데 최소 300달러~800달러 심하면 천 달러 넘게 든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거창한 치료도 아니고 시간 조금 걸리는 처치일 뿐인데 수백 달러가 더 들은걸 보니 진짜 암담했을 정도였다
보험 없었음 어쩔 뻔????
정말 한국 가는 날만 기다렸다가 고통을 안고 한국으로??? 허허허허
말이 무료 의료지 시간은 엄청 걸리고, 약이나 치과는 포함 안 되는 캐나다의 무료 의료
어지간한 고통은 병원도 못 갈 정도라 하는 것도
아파서 고통을 진통제로 나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도
보험이 없으면 생계가 위험한 점도 안타까운데
거기에 가뜩이나 적은 의료환경이 코비드로 더욱 심각해졌다는 게 슬플 뿐이다
기존의 워크인은 그래도 바로 방문 가능했지만 코비드 이후 이제는 워크인도 최소 1주일에서 2주는 기다려야 예약이 가능해졌다
'Canada >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밴쿠버 사람들은 겨울에 뭘 입나 (밴쿠버 겨울 옷차림 10월~3월) (4) | 2023.09.13 |
---|---|
캐나다에서 고통받은 건선과 소양증 치료 (6) | 2023.09.11 |
노이로제 걸릴 것 같았던 캐나다 개미와 2년간의 전쟁 (캐나다 개미약) (8) | 2023.08.11 |
밴쿠버의 여름을 즐기는 방법, 파티오 (Patio) (4) | 2023.07.14 |
아름답지만 아름답지 않은 캐나다 공원과 노숙자 문제 (0) | 2023.07.06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밴쿠버 사람들은 겨울에 뭘 입나 (밴쿠버 겨울 옷차림 10월~3월)
밴쿠버 사람들은 겨울에 뭘 입나 (밴쿠버 겨울 옷차림 10월~3월)
2023.09.13 -
캐나다에서 고통받은 건선과 소양증 치료
캐나다에서 고통받은 건선과 소양증 치료
2023.09.11 -
노이로제 걸릴 것 같았던 캐나다 개미와 2년간의 전쟁 (캐나다 개미약)
노이로제 걸릴 것 같았던 캐나다 개미와 2년간의 전쟁 (캐나다 개미약)
2023.08.11 -
밴쿠버의 여름을 즐기는 방법, 파티오 (Patio)
밴쿠버의 여름을 즐기는 방법, 파티오 (Patio)
2023.07.14